지난 2월 29일, 김건희 여사(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밝히기 위해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이 최종 부결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결국 국회 재의결에 실패한 거예요.

야당 측은 특검법을 일부 수정해 다시 발의했고, 사건의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만큼 재수사 여부도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주가조작 선수(이 모 씨)에게 계좌 맡긴 김건희… 대통령은 ‘관계 없다’? 

이 씨는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의뢰를 받아 주가조작 ‘1차 작전’을 실행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2월 내려진 1심 판결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된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다른 기업과 관련된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어요.

주가조작을 실행할 때는 이 씨와 같은 ‘선수’, 그리고 자금을 공급할 ‘쩐주’가 필요합니다. 당시 이 씨는 여러 명의 ‘쩐주’들로부터 주식 계좌를 넘겨받아 작전을 실행했는데요. 이렇게 계좌를 맡긴 쩐주들 중에 다름아닌 김건희 여사가 있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아내(김건희 여사)는 이 씨에게 주식 계좌를 맡겼을 뿐, 손해만 봐서 곧 이 씨와도 절연했다’ 라는 입장이에요.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죠. 

▲ 2021년 10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 이 씨에게 ‘의문의 돈’ 4,700만 원 받은 정황

그런데 이번에 뉴스타파가 공개한,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의 문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담겨 있었어요. 

뉴스타파는 문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A4용지 3장 분량의 계좌 거래 내역을 발견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 계좌의 주인은 이 씨의 애인 권 모 씨로 밝혀졌어요.

권 씨의 계좌에는 2010년 3월 4일 오후 5차례에 걸쳐 총 4,700만 원을 김건희 여사에게 송금한 내역이 있었어요. 즉, 이 씨가 애인 명의의 차명 계좌로 김건희 여사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씨는 주식 거래 시점에서 한 달이 넘게 지난 3월 4일, 김건희 여사에게 4,7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했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계좌가 아닌 차명 계좌로 말이죠.

2022년 4월에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검사는 이 씨에게 ‘김건희 씨와 금전 거래가 있던데 어떤 명분이었나’ 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이 씨는 ‘무언가를 하려고 투자를 받았는데 안 하게 돼서 돈을 돌려줬다’ 라고 대답했어요.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외에도 이 씨가 계획한 ‘무언가’에 투자자로 참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계좌만 맡겼다가 절연했다’ 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황이에요.

 주가조작에는 자금줄 역할을 하는 ‘쩐주’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참여한 ‘쩐주’ 역시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문건에는 이 쩐주들 중 한 명인 양 모 씨의 자필 진술서가 포함돼 있었는데요.

진술서 내용에 따르면, 양 씨는 2010년 1월 권오수 회장을 통해 주가조작 선수 이 씨를 소개받습니다. 그리고 ‘큰 수익을 내줄 것’이라는 말에 넘어가 이 씨에게 자신의 주식 계좌를 맡겼어요.

그런데 몇 주가 지난 후 양 씨는 증권사로부터 여러 건의 경고를 받습니다. 자신의 계좌로 시세 조종성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경고였죠.

놀란 양 씨는 곧 이 씨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는데요. 이때 권오수 회장이 양 씨를 설득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 라고요.

다시 말해,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대며 다른 ‘쩐주’를 설득했다는 말이죠. 이는 그만큼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가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보도 이후 4년…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뉴스타파는 지난 2020년 2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4년간 권오수 회장과 이 모 씨 등 여러 관련 인물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또 법정에서 유죄를 받기도 했어요.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소환 조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고, 여당도 김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쳐 있습니다

그 결과 ‘김건희 특검법’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이어, 국회에서도 부결되는 결과를 맞았어요.

우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오히려 ‘선출된 권력’에 의해 보호받으며, 법과 상식과 정의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수많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의문입니다.

 

잘 기억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로 결정하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0xuEAQzhv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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