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23년) 9월 4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 하나가 접수됐습니다. 민원 내용은 뉴스타파가 2022년 보도한 ‘김만배 녹음 파일’ 기사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이 민원이 접수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비슷한 민원 수십 개가 연달아 방심위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데요.

얼마나 비슷했냐 하면, 문장의 기본 구조는 물론 오타와 맞춤법 오류마저 똑같을 정도였어요. 같은 내용을 ‘복붙’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었습니다.

다음날인 9월 5일, 방심위는 이 민원들을 근거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해 긴급 심의를 결정합니다. 결국 방심위는 지난 11월, KBS, MBC, YTN, JTBC 4개 방송사에 대해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민원들을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취재 결과 이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어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들을 시켜서 민원을 제출했을 가능성, 즉 ‘청부 민원’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정황입니다.

만약 ‘청부 민원’이 사실이라면, 다름아닌 류희림 방심위원장 스스로가 방심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 조작한 셈입니다. 징계의 정당성 자체도 위태로울뿐더러, 류 위원장 자신도 방심위의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여요.

류희림 ‘청부 민원’... 처제, 동서에 전 직장 동료까지 ‘영끌’ 했다

9월 4일부터 다음날인 5일 오전까지 방심위에 쏟아진 민원 중 ‘청부 민원’으로 의심되는 것은 총 71건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 중 21건은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 아들, 처제, 동서 등 가족과 친인척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어요.

 류 씨는 인터뷰에서 “형(류희림 위원장)의 후배가 도와달라고 해서 민원을 넣었다”

류 씨는 또 자신이 일하는 수련원의 직원, 강사들까지 민원 신청에 끌어들인 사실도 인정했는데요. 

뉴스타파 보도 관련 민원을 가장 먼저 제출한 민원인 중 한 명이 보수 계열 언론단체인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박 모 씨로 확인

류희림 위원장이 과거 미디어연대 대표를 맡은 적이 있고, 당시 박 씨와도 함께 활동했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방통위·방심위 ‘3각 공모’ 가능성

 지난해 9월 4일로 돌아가 볼게요. 이날 국회에서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회의가 열렸는데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음파일’ 보도를 MBC, KBS 등이 인용한 것을 두고 “경마식 보도, 지능범죄”라고 말하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이어서 이동관 위원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는데요.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 이라는 말이었어요.

이동관 위원장이 위와 같이 발언하자, 이어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방통위와 방심위가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심지어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뉴스타파 폐간’을 주장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 회의가 끝난 직후, 방심위 온라인 민원 창구에는 지난 1년 6개월간 한 번도 없던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MBC, KBS 등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이었어요.

9월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까지 약 한나절동안, 아래 사건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착착 진행된 셈이에요.

  •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 과방위 회의에서 뉴스타파 보도 인용한 방송사들 비판
  • 이동관 방통위원장, ‘방심위가 엄중 조치할 것’ 발언
  •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 방심위에 무더기 민원 제출
  • 방심위, 뉴스타파 보도 인용한 방송사 긴급심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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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민원’ 증거 넘치는데… 류희림은 ‘제보자 색출’ 주력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어느 익명의 공익 제보에서 출발했습니다.

뉴스타파와 MBC 등이 ‘청부 민원’ 의혹을 취재해 보도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오히려 공익 제보자가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제보자를 색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묻자 ‘비윤리적인 취재’라며 꾸짖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진실을 감추려는 자가 비윤리적인 것!

당당하면 왜 피하나?

 

https://www.youtube.com/watch?v=5tnhUE438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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