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0%로 설정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하도록 최선을 다하며, 저물가 기조를 탈피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2016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 중에서(한국은행, 2015.12.16)
 
 
'인플레이션 파이터'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했습니다. 
한국경제가 맞고 있는 대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경제노트에서 여러번 말씀드렸던대로, 그 동안 한국은행의 목표, 즉 '존재이유'는 인플레이션과 맞서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건국 이래로, 특히 1970~199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한은은 물가폭등을 막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고성장의 '부산물'인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인플레이션이 일반 서민들의 자산을' 강탈'해가는 주범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위에서 소개해드린 짧은 글귀는 이제 우리경제가 고도성장기를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저성장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을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물가 기조를 탈피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가 2.0%이니,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이제는 한은도 나서서 물가를 최소한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입니다. 툭하면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하고 싶어하던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맞서 '물가안정'을 주장했던 한은의 과거 모습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입니다. 그만큼 우리경제의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일본식 만성 경기침체를 우려할 만큼 '저성장의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인플레이션도 무섭지만 디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은,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팽배해지면, 소비자는 소비를 미루게 되고, 그로 인해 기업은 매출이 줄어들며, 그 영향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어, 이 것이 또다시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은이 '디플레 파이터'를 자임하고 나서긴 했지만, 여건은 좋지 않습니다. 오늘 새벽 미국이 9년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종식하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를 올리기 위해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거나 시중에 돈을 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에 커다란 파도들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저물가를 우려하며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을 선언한 한국은행의 모습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연말입니다. 




소비자들은 더욱 가치 소비를 늘려갈 것이다.

꼼꼼히 따져보고 소비할 것이다.

더욱 저렴한 것을 소비할 것이다.

이제 그냥 소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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