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22 (수) 19:05 노컷뉴스 노컷뉴스 기사보기
추수 앞두고 나락 갈아엎는 참담한 농심
쌀 개방 반대와 추곡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전북 농민들이 논 3000여평을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22일 오후 2시, 전주와 군산을 잇는 전군가도 끝부분인 옛 군산 개정병원 앞 벌판에서 트랙터 4대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안에서 언뜻 보이는 풍경은 영락없이 추수를 하는 모습이지만 트랙터는 황금빛으로 튼실하게 영글은 나락 9백여평을 사정없이 갈아엎고 있었다.
7년동안 농사를 지어 왔다는 논 주인 김국태씨(36)는 "자식처럼 가꿔온 벼인데 추수를 앞두고 갈아엎는 심정은 오죽하겠느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쌀개방 반대와 추곡수매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이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논 갈아엎기 투쟁을 펼치면서 전북에서도 군산과 정읍, 익산, 진안에서 농민 300여명이 모두 3000여평의 논을 갈아엎었다.
이들 농민들은 수확을 불과 2주 남겨두고서 논을 갈아엎는 심정은 차마 논에 트랙터를 들이밀지 못하는 농민들도 똑같을 것이라며 정부의 쌀개방 방침 철회와 추곡수매 보장을 거듭 주장했다.
군산 농민회 박만석 회장은 "정부가 시키는대로 여지껏 다 해 온 농민들한데 이제 나몰라라 하고 쌀을 시장논리에 맡긴다는건 농사를 포기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추곡수매 제도로 가격보장을 해줘도 농민들은 빚더미인데 올해 4%를 인하가 거론되고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추곡수매제도 유지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누런 황금물결로 일렁이던 논은 트랙터 엔진소리가 얼마들리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해버렸고 추석을 앞두고서 가을 걷이로 어느때보다 풍성해야 할 농민들의 마음엔 풍년이란 말이 오히려 서글프게 다가서고 있다.
CBS전북방송 이균형기자 balance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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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없는 나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풍경입니다.
미래에 우리는 기계로 먹고 살까요?
핸드폰으로 밥을 지을까요?
1차산업이 튼튼해야 모두가 튼튼하다고 생각합니다.
황금빛 벼를 들어 엎은 주름진 노인의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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