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바라보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2004년 09월 10일

'블로그 하세요?'

블로거들이 조심스럽게 건넨 질문이었다. 이글루스 블로거 미팅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블로그로 상대를 평가하겠다는듯 '블로그의 유무'부터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리에 모인 블로거들의 '아이디'와 '블로그의 이름'만 봐도 그들의 관심이 무엇인지, 블로그의 주제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짱의 이 만화 꼭 봐라''이름쟁이의 눈으로' 등 블로그의 성격과 주제를 나타내주는 이름표를 단 그들.

블로거들은 한결같이 블로그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애정은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비교로 이어졌다.

최근 네티즌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미니홈피가 블로거들에게는 '별 매력이 없는 공간'인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누구누구네 집'이라고 이름붙은 미니홈피에 과연 '읽을거리'가 있느냐고 묻는다.

블로거들은 블로그를 미니홈피보다 좀 더 '개방적이고 전문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미니홈피가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가볍게 다루는 공간이라면 블로그는 '주제와 성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와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는냐는 질문에 블로거들은 입을 모아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이를테면 미니홈피에는 '나 오늘 만두를 사 먹었다'라는 내용만 올릴 수 있지만 블로그에서는 그 문장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영화를 주로 다루던 블로그라면 '나 오늘 만두를 사 먹었는데, 영화 올드보이의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영화에서는...'처럼 영화라는 주제와 성격에 부합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 블로거는 '만약 별 내용없는 포스트를 쓰게 되면 바로 방문자 수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즉 블로거의 독특한 시각과 주제를 보기 위해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이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블로거들은 또한 '블로그는 미니홈피보다 개방된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미니홈피는 주로 지인들과의 인맥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블로그는 다수의 네티즌에게 개방됐다는 것.

그러나 블로거들은 블로그의 단점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워낙 개방적이다보니 일단 누군가 마음 먹으면 블로그를 망쳐놓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점이죠.' 한 블로거는 블로그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덧글'을 달아 블로거의 생각과 성향에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는 그런 경우로 블로그의 문을 닫아야했던 블로거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덧글 테러'가 무서워서 미니홈피처럼 포스트를 비공개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블로거들의 한결같은 의견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스트이기 때문이라는 것. 미니홈피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기록하는 곳이 아니라는 게 블로거들의 주장이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모으면 적어도 '책 한권'으로 묶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콘텐츠의 질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다.

때론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이고 평론가보다 더 그럴싸한 글을 만들어 내는 블로거들.

'휴가 중 포스트를 업데이트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2시간을 달려 PC방을 찾았다'고 말하는 한 블로거의 말은 블로그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블로그는 '자신만의 공간'이 아닌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하나의 미디어'가 된 것이다.

일인 미디어~ 블러그 세상

블러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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