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갈리는 작전권과 지휘권
한·미간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또 한 번 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한·미 안보정책 구상회의 때 우리 정부가 제기한 지휘관계의 연구 가속화 필요성 주장에 미국이 적극 동의하면서 전작권 환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자주국방’ 대 ‘안보불안’ 명분 아래 벌어지는 광복 60년 만의 심상찮은 회오리바람으로 온 백성이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존과 국민의 안전이 걸려있는 문제인데도 대다수 국민들은 전작권의 진상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정쟁이 야기한 ‘정치적 무관심’(Political Apathy) 때문인지, 아니면 ‘전쟁이 나면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한국 청소년이 10% 밖에 안돼서 (한국청소년 개발원 2006년 설문조사 결과) 그런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 작전권과 지휘권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전권(作戰權)은 임무수행을 위해 동원되는 부대에 대한 전술적 통제를 규정하는 ‘작전통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대비되는 지휘권(指揮權)은 자국 군대에 대해 행사하는 인사, 작전, 군수, 정보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군에 대한 통수권’을 뜻합니다.

현행 연합군 지휘체제 하에서의 작전통제는 ‘수직적 예속’이라기 아니라 한·미군 간의 ‘상호 협조 ’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휘권은 타국에 위임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은 이미 창군 이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작전통제권은 6.25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군 전체의 작전 지휘권을 맥아더 UN군 사령관에게 위임한 것이 발단입니다. 휴전이 된 후에도 비행기나 탱크 등 장비가 전혀 없었던 한국은 54년 11월 한·미 동맹 체결시 “UN군 사령부가 한국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동안 한국군을 동 사령부의 작전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함으로써 작전권을 UN군에 위임했습니다.

이후 박정희 정부는 75년 월남패망, 77년 카터 정부의 주한미지상군 철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껴 78년 11월 한·미 연합사를 발족시켰습니다. 연합사 창설로 한국군은 UN군사령관의 작전통제에서 한·미연합군의 작전공유체제로 변환되었습니다. 94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평시 작전통제권을 완전 환수, 현재는 전시에 한해 해군·공군·해병사를 미군 지휘관이, 육군·특전사·항공사는 한국군 지휘관이 맡도록 돼 있습니다.

해·공군과 해병사를 미군이 주도하는 것은 전쟁이 발발하면 작전계획 5027에 의해 미 지상군 69만명, 전투기 2,500대, 함정 150척이 증원 전력으로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계획은 한·미 정상과 국방장관 간 협약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되는 한·미동맹의 최대 안전판입니다.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정부는 작전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주권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또 현 연합지휘체제 하에서는 한·미 양국 간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북한에 대한 인식차가 있을 경우 우리의 안보와 국방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한국의 방어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라는 명분으로 전작권 환수를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 상실로 철수 상황을 초래 하거나, 전시증원군 개입의 불확실성, 한국군 단독 전략정보 확보 및 전쟁지속 능력의 한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2004년 8월 남북한 전력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군의 군사력 지수는 북한군에 비해 육군 80%, 해군 90%, 공군 103%수준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군의 종합 전쟁수행 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입니다. 더구나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조만간 지하핵실험까지 감행할 태세입니다.

전쟁의 참화를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는 5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몇 백만 명의 실향민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행여 자존심을 살리려고 야경꾼을 밀어내고 내 집 머슴들만으로 집을 지키려다 낭패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합니다.

(2006년 10월 9일 www.자유칼럼.kr)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 정확한 판단도 힘든 것입니다.

대중매체의 겉보다는 전후 배경을 포함하는 컬럼 하나가 판단하기 용의하죠

여러분 모두 설래발 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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