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행장의 실패담 |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우리 사회에서 말로만 듣던 스톡옵션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수완가입니다. 1998년 8월 월급 1원에 스톡옵션 40만주를 받기로 하고 주택은행장에 취임했었고, 2001년 11월에는 월급 1원에 스톡옵션 50만주로 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장에 취임했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주택은행 주식을, 금년 초에는 국민은행을 주식을 처분해 각각 100억대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불린 것도 아니고,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닙니다. 귀신도 점치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회사도 살찌우고 자신도 수백억의 재산을 일구어낸 것입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투자에도 철저한 사람입니다. 토요일은 오로지 자기 충전을 위해서만 예비해놓은 시간임을 고집합니다. 그런 그가 어느 토요일 자신이 후원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강좌 ‘무등 아카데미’에 얼굴은 내밀었습니다. 미래의 주인이 될 젊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잘못 산 인생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33세 때부터 줄곧 증권사, 은행의 임원으로 일해와 직업이 ‘등기임원’이었다는 그의 이력으로 봐서는 겸양의 말로만 들렸습니다. 연초 주가가 근거도, 대책도 없이 1,400선을 돌파했을 때 즉각 스톡옵션을 행사해 ‘역시 투자의 귀재’라는 감탄을 자아냈던 그에게는 더더욱 합당치 않은 표현 같았습니다. 그러나 김 행장의 얘기는 의외로 진지했습니다. 동원증권 사장이던 1997년 가을 그는 홍콩 IMF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세계 각국 금융인들이 한결같이 “한국 외환사정이 심각하다던데 어느 정도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전혀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경제동향 분석이 전문인 증권사 사장이 나라 사정 보아주느라 시치미 뗀 게 아니라 실제로 까맣게 몰려오는 암운을 새까맣게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홍콩에서 돌아온 후 기업경영의 최종적인 책임을 짊어진 사장으로서 다만 소신과 원칙에 따라 그는 회사의 모든 채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부 차입과 사업 확장을 주장하는 일부 임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모든 부실자산도 털어버렸습니다. 그런 작업이 끝난 그해 12월 놀랍게도 우리 정부가 기업경영과 금융 부실로 인한 외환위기를 실토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폭탄을 맞은 듯 혼비백산하던 그 때 동원증권만은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은행장으로서도 그의 행적은 우리네 일반 상식이나 관습으로는 파격이요 이단의 연속이었습니다. 월급 1원짜리의 행장 재임 시에 주택은행은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 뉴욕증시에 진출했고,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은행 경영에 뛰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엄청난 파괴력의 쓰나미를 겪고 난 후에야 모두 그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1998년 '아시아 스타 50인' 으로 선정했고,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는 1999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으로 선정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덜 준비했기 때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혜안을 가졌더라면 쏟아져 들어온 돈으로 외환을 사들이고, 헐값에 넘어가는 부동산을 사들였어야 했다고 자신의 실수담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텍사스의 외로운 별(론스타)이 넘어지는 외환은행을 1조원에 사들여 6조원에 팔아넘긴다고 해서 배 아파할 일만도 아니라는 겁니다. 이날 학생들에게 당부한 결론은 “깨어 있어라”는 한마디였습니다.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더라도 변화가 올 때에 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력하는 자에게 언젠가 사회는 그 보답을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깨어 있어라”는 2000여년 전 예수께서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아니 그전부터도 있었던 경구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말 휴식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강의실에 모여 앉은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살아있는 전설’의 얘기를 더욱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006.10.11 www.자유칼럼.kr) |
"깨어 있어라"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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