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천 하얗게 내린 눈
다 쓸어 낼 필요 없어
발 디딜 골목 몇 뼘만 쓸어 내듯이
아무리 큰비 내려도
하늘 통채로 가리지 않고
한 몸 피할 작은 우산 펴듯이
해 지고 어둠 내리면
식구들 저녁 밥상에 둘러 앉을 만큼
사랑하는 이와 눈빛 맞출 만큼
그만큼의 빛이면 족하다
잠 안 오는 깊은 밤엔
시집 한 권 읽을 만큼
둥글고 부드러운 불빛 켠다
곁에서 어둠은 어둠대로
순한 짐승처럼 쌔근쌔근 엎드려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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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의 빛이면 족하다"
겸손과 검소가 묻어나는 사랑의 구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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