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전 : 대책은 안이했고, 신고는 무시당했다

 

참사 이후 대통령실은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의 경우 안전 관리가 쉽지 않다’ 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주최자가 있는 행사라면 국가 기관에 의해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통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하지만 7년 전인 2015년, 이미 경찰은 ‘주최자 없는 행사도 안전관리는 경찰이 해야 한다’ 라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심지어 이 연구 결과를 안전관리 매뉴얼에 활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전 개정된 경찰법은 주최자가 있든 없든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안전 관리를 경찰의 사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입장과 달리 이미 경찰이 참사 현장을 통제해야 할 법적 근거가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참사 당시 경찰의 안전 관리 대책은 미비하기만 했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역구인 용산구의 대처 또한 안이했습니다. 참사 이틀 전 열렸던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에서는 코로나19와 마약 단속 등이 집중 논의됐을 뿐 인파를 통제할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대책 회의를 총괄해야 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야유회와 바자회를 이유로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문서에 따르면, 오히려 용산구는 참사 당일 ‘시민의식’을 지적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사가 일어났던 순간에도 공무원들이 주차 단속을 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무질서함과 이를 계도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강조해서 구정을 홍보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참사 당일에도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습니다. 경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약 4시간 전인 6시 34분부터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전화가 최소 11건 접수됐습니다. 신고자들은 “압사 당할 것 같다”, “대형 사고가 날 것 같다” 라며 당시의 긴급한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일방통행 할 수 있도록 통제를 부탁드린다” 라며 구체적인 통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몇 차례 소규모 출동만 했을 뿐 참사 현장을 적절히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공개한 녹취록 11건의 전문은 뉴스타파가 제작한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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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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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 누구도, 무엇도 책임지지 않았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정부 브리핑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2)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3) “서울시내 곳곳의 소요·시위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

 

많은 인파가 모인 것도 아니었고,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경찰력도 부족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책임질 일이 없다는 말입니다. 위와 같은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과연 사실이었을까요.

 

뉴스타파 검증 결과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하나도 빠짐 없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는 총 130,131명으로 지난 8년 내 최대 인파가 몰렸습니다. 또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경찰은 이미 ‘다중운집 행사’에서 인파를 통제할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고, 참사 당일 시민들은 최소 11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충분히 배치되어 현장을 통제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내 집회와 시위 때문에 경찰력이 분산됐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희박합니다. 이상민 장관의 말대로라면 큰 집회가 많을수록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수가 적어져야 하는데, 아래 표를 보면 서울시내 집회와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병력의 숫자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10월 31일 이상민 장관은 전날 발언을 해명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증 결과, 잘못된 사실을 들고 섣부른 주장을 한 것은 바로 이상민 장관 본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이상민 장관이 거짓 해명을 펼치는 한편, 행정안전부는 ‘참사, 희생자’가 아닌 ‘사고, 사망자’ 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전국 지자체에 지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복되는 참사,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는다

 

“국가는 한없이 무능하다가도 놀랄 만큼 유능했다.”
“책임자를 위한 보고는 많았지만 책임 있는 조치는 없었다.”
“무책임은 조직적이었고 임무 방기는 집단적이었다.”

 

위 문장은 지난 9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발간한 <4·16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 의 결론부에 실린 문장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8년에 걸쳐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뒤 내린 결론입니다.

 

사참위의 결론처럼,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책임을 회피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 더 큰 힘을 쏟았습니다. 정부 기관이 나서서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유가족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 정부가 보인 태도는 세월호 참사 당시와 놀랄 만큼 비슷합니다. 156명의 국민이 희생당했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다”, “인파를 통제할 권한이 없었다” 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경찰은 언론과 시민단체 동향을 감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바로 다음 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라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아직 유효한 것일까요. 국민 156명이 희생당한 참사 앞에서도 책임 회피에 열중하고 있는 지금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안심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왜 참사가 반복되는가?

앞선 사례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시 반복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문화인이라 지성인이라 칭할 수 있나?  뻔히 보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니 방법을 찾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고 싶다. 

정말 슬픈 일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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