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대담] 

뇌과학자가 묻고 경제학자가 답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상

정리=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복지 분야 일자리 더 늘리고 생산성 높여야”…암호화폐 통용, 화폐의 탈중앙화 현실성 부족



강의


장 교수는 “기계와 인간의 일자리 갈등은 250년 전 제분기가 발명된 때부터 이어진 문제”라며 “기술을 막을 생각하지 말고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AI와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AI가 이제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급격하게 도입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화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문제로, 사회보장 제도와 자동화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장 교수는 강연 중 스웨덴을 자주 언급했다. 복지제도가 탄탄한 국가에서 더 무모한 기업인이 자주 나온다. 실패해도 이를 받쳐줄 사회안전망이 탄탄한 덕이다. 안정적인 복지제도를 구비한 국가에선 자동화에 대한 저항이 덜한 이유다.


 그는 단순히 어느 한 기업이, 어느 한 천재가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노동자와 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필요한 응용연구를 진행하면, 공공 연구기관과 정부가 도와줘야 하고 금융제도도 개편이 필요하다. 육성사업 몇 개, 규제완화 처럼 보여주기 식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문답 (정재승, 장하준)


정재승: 생산의 3요소로 토지·자본·노동을 꼽습니다. 인공지능(AI)은 이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하나요. 자본에 해당하나요 아니면 노동에 해당하나요?

장하준: 경제학적으로는 자본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공공적인 성격이 강해지면 다르게 봐야 합니다. 토지를 예로 들어 볼께요. 싱가포르는 자유시장이지만, 토지의 90%를 국가가 소유합니다

# 자본이긴 한데 사회가 소유하면 토지같기도 하고 인간도 아니고 판단 어렵다. 새로운 요소라 정의해야하지 않을까?


정재승: AI가 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하준: 자본주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저소득 계층이 너무 가난하면 곤란해요. 기본소득을 제공해줘야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한국은 복지 분야 일자리가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적어요.

극단적인 미래를 생각해보면 생산성이 높아진 세계에서는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을 고용할 수 있어요. AI가 생산을 맡아서 일하지만 인간도 무엇인가 노동을 해야 하거든요.

# 인공지능 도입은 기정사실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 일자리는 필요하니 AI가 못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중에 [얼티드 카본]이 있어요.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화해서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 옵니다. 죽을 때가 오면 새 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 갑니다. 

어떤 사회를 재조직할 것인가 고민하며 준비하자는 것이예요. 

# 사회 재조직은 인간이 하는 일이다. 사회복지, 교육, 정치 등등


결국 우리나라의 노동권이 강화돼야 하는 수밖에 없죠.

 공장의 자동화를 막을 것이 아니라 자동화 덕에 높아진 생산성에서 나오는 이윤을 사회적으로 나눌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승: 한국에서 로봇세, 기계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하준: 혁신을 그런 식으로 제약하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정재승: 기업이 데이터를 모아서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하준: 대부분의 사람은 페이스북에 재미로 정보를 올리지요. 개인에 대한 정보를 자기들이 사용했으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데이터를 지금처럼 쓰는 건 자본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봐요.


정재승: 지난 2년 간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습니다. 영국은 어떤가요?

장하준: 영국에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지금 산업의 변화는 3차 산업혁명과 전자산업의 결실입니다. 바이오나 나노로 가면 4차가 될 수 있겠지요. 아직은 아닙니다. 저는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서로 융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걸 제일 잘하는 나라가 독일인 것 같습니다. 인더스트리 4.0이 좋은 사례입니다.


정재승: 실리콘밸리를 끼고 있는 스탠퍼드나 UC버클리처럼 케임브리지에서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열풍이 뜨겁지 않은지요.

장하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다 부모님 차고에서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쓰는 기술이 대부분 1950, 60년대 진행한 국방연구에서 나왔어요. 펜타콘에서 컴퓨터·인터넷·GPS 등을 만들었죠. 반도체는 미국 해군에서 지원해서 만들었고요. 다른 나라는 기업들에게 돈으로 보조금이다 벤처창업 자금 준다 하는데, 미국은 기술을 준 거예요. 엄청난 기술을 만들어서 공짜로 준 겁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가 생겼고요. 미국은 막강한 기술력이 있기에 다른 나라가 따라가기 힘들죠.

# 역시 돈보다 기술이 중요. 그런데 기술을 만들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 ㅎㅎ

# 정부가 될만한 기술을 밀어줘야하지 않을까? 과거 삼성, 현대, 포항 밀어주듯이



정재승: 경제학자로서 교수님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하준: 사람들이 화폐라고 믿으면 화폐예요.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남태평양 어떤 섬에선 돌이 화페였어요. 무거워 들고 다니지도 못하죠. 거래를 할 때 저기 앞산에 있는 돌이 이제 네 소유라고 해요. 심지어 바다에 있는 돌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도 만져볼 수 없는 돈인데, 그걸 돈으로 쓴다는 거예요. 화폐의 바탕은 신뢰입니다. 지금 온갖 코인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믿을 만하다고 하면 화폐가 되는 겁니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화폐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영향력이 없지요. 내가 안 받겠다고 하면 끝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통용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 동감, 신뢰 없는 코인은 의미가 없다.

# 유통되는 양에 따라 신뢰를 쌓을 수는 있겠지만 누가 담보할 것인가?


정재승: 중앙정부가 관리하던 화폐의 탈중앙화에 블록체인 기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장하준: 금융제도를 중앙에 모을 것인지 아니면 분권화할 것인지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든 모두 좋고 모두 나쁘지는 않아요. 정부의 강압적인 통제가 없어져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책임 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은행은 원래 지방에 있었다가 필요에 따라 중앙으로 모였습니다. 탈중앙화에는 그만한 이유와 여건이 필요해요.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왜 중앙에 모였을까? 역시 신뢰문제인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모아서 거대한 자금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 탈중앙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기존 은행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니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가상화폐 도입은 경쟁관계로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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