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할 리더 김태원 인터뷰 M25
자존심보다는 음악을 길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겁니까. 아니오. 저는 예능이 음악보다 못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우가 코미디언보다 상위 개념에 있는 사람입니까? 그건 정말 덜 된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지요. 예능을 했던 시간들도 제 인생이고 제 삶이고 제 시간들입니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습니까. 행복한 거지요.
<위대한 탄생>에서 심사위원으로서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뮤지션의 입장으로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즐거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김태원은 자신에 대한 약간의 칭찬 코멘트만 해도 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저 자신도 데뷔 때 힘들었기 때문에 압니다. 데뷔라는 것이 그 사람에게 전달하는 희열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그런 기회를 드릴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누군가에게 산타클로스가 된 느낌이랄까요. 심사하면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를 안 갔거든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친구들에게) 그런 선생은 안 되고 싶습니다. 혼을 내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심각함을 깨고 싶다”고 말입니다. 심각할 이유가 없어요. (조금 단호한 어조로) 심각하려고 하는 것 때문에 모든 부작용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 지구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이해야만 좋은 곡들이 나오는 뮤지션의 창작 본능이 가끔 저주스럽진 않았나요. 지나갔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거지요. 엄청나게 추운 날, 한겨울에 비가 오는데 따뜻한 난방이 되는 아파트 창가에서 나는 바라봅니다. 밖을 보니 어떤 소녀가 추운 데 쭈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내 입장에서 그 소녀를 바라볼 땐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어떻겠습니까? (그 질문에 에디터가 “정말 춥고 힘들겠지요.”라고 답하니) 웃긴 거예요, 상황이! 그 소녀의 상황은 과거이고 따뜻한 아파트의 나는 현재의 나입니다. 그렇게 뒤돌아 바라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겁니다.
얼마 전 TV에서 “이젠 가족들이 있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야 명곡이 나오는 거라면 포기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고맙습니다. 내가 나오는 방송을 또 봐주셨네(웃음). 그건 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왜냐하면 히트를 목적으로 쓰는 곡은 히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히트곡은 아주 불현듯 찾아옵니다. 뭐 단기간에 1주 정도 1위하는 곡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비틀스의 명곡과 같은 불후의 히트곡은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곡가의 곡이나 가수의 노래는 입에서 나오는 순간, 자기의 것이 아닙니다. 그건 그 순간 듣는 사람의 것입니다. 노래에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지만 그 곡을 듣는 사람이 자기에 맞춰 가사를 들으며 곡을 듣게 되어 있는 것이 노래거든요. 그 노래가 BGM이 되어서 심금을 울리고 자신이 그 노래 속의 주인공이 되어야 사람들은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가사를 무척 신중하게 씁니다. 혼을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좌중 침묵하며 진중하게 듣자) 내 이야기가 너무 심각한가요? (그의 말을 듣던 이들 모두 아니라고 항변하자) 고마워요. 이 책(M25)은 내가 살펴보니 이런 진중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직접 쓴 곡을 완벽하게 부를 수 있는 싱어의 재능까지 있었으면 하는 순간은 없었나요. 그건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노래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면)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감성은 없겠지요. 왜냐하면 그만큼 자만했을 테니까요. 세상을 다 얻었을 테니까, 분명 그럴 겁니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들은 대개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전 앞으로 정상을 향해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합니다.
=> 만족하는 그 순간 발전은 끝이다.
뮤지션은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고들 하던데, 뮤지션 김태원은 무대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나는 무대에 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과연 무대 위에서 죽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를. 당신은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습니까. 그럴 만한 자격은, 죽을 때까지 만들어 가야 하는 겁니다. 뮤지션은 죽을 때까지 그 자격에 대한 임무를 다해야 합니다.
=> 지독한 사명감이 명장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 화두로 스스로와 가장 많이 싸우나요. 그 화두는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겁니다. 전 싸울 거리를 계속 만듭니다. 의문이 사라지면 의문을 만듭니다. 죽을 때까지 의문을 풀면서 살다가 죽을 겁니다. 요즘의 화두를 물었나요? 요즘은 정말이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막혀 있던 것들이 펑 터져 그것이 하나,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지금 정말, 제가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이 참 많습니다. 그걸 지켜가면서 계속 스스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키는 건 ‘순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작가가 순수를 잃었을 때, 내게 그 작가는 이미 작가로서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뮤지션들이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만 유독 더 드라마틱하게 살았습니다. 인생의 바닥을 치는 순간마다 어떤 힘으로 스스로를 ‘부활’시킬 수 있었나요. 그건 간단해요. 음악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 ‘부활’이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음악에 미쳐 있어요. 마치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처럼 허공에 내가 생각하는 음악들이 소리로 떠 있는 걸 매일같이 느껴요. 지금도 내 귀에는 그 음악들이 들립니다.
=> 무언가에 빠져있는 사람은 자연히 관련된 것들이 떠오른다. 조직에 관심있으면 경영에 운동에 관심있으면 플레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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