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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그룹

2009.03.04

물은 물이 아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儉龍沼) 계곡의 ‘새암’이 말라 버렸다고 합니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金臺峰ㆍ해발1418m) 아래쪽에 있는 새암은 제당굼샘ㆍ고목나무샘ㆍ굴샘과 함께 한강의 남상(濫觴)입니다. 하루 1000여t의 물이 쏟아져 나오던 이 용천(涌泉)이 지난달 말부터 말라 붙은 것입니다.

그동안 단 한번도 마른 적이 없는 새암이 마르면서 검룡소 계곡은 자갈밭으로 변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된 극심한 가뭄 탓입니다. 사계절 하루 2000~3000t의 지하수가 석회 암반 사이로 솟아 올라 폭포를 이루며 흘러 내리던 검룡소의 물줄기도 가늘어졌습니다.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 벌여 오던 연어 방류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인고수정으로 키워온 연어 새끼 1000여만 마리 가운데 700만 마리 가량이 최근 석 달 사이 떼죽음을 당해 거창하게 방류행사를 벌일 형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반 년째 계속되는 가뭄 때문입니다.

남대천 일대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그 공간으로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지하수의 염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 떼죽음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지하수를 사용해 길러온 연어 새끼들이 삼투압 조절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고농도의 염분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난 참변입니다. 이들 치어가 방류됐다 돌아오는 2012~2013년엔 동해안에서 연어 구경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경기도 연천군의 군사분계선을 남쪽으로 가로질러 한강 하류와 합류하는 임진강은 수량이 줄어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데다 재작년 말부터 북한이 상류에 건설한 황강댐(저수량 3억~4억t 규모) 담수를 시작하면서 유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바람에 파주시 자장리 부근은 10여년 전만 해도 10m나 되던 수심이 발목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습니다. 물이 줄면서 물고기들이 사라져 5~6월경 하류에서 떼 지어 올라오던 황복이 모습을 감춰가고 있습니다. 2~3년 전 하루 80마리 씩 잡았던 것이 지난해에는 5마리가 고작이었다고 합니다. 어민들이 울상입니다.

호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섬진강은 하류의 바닷물 역류로 어업과 농업용수 확보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광역시는 반성적인 식수난 해결을 위해 해수 담수화 설비 공사를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경상남도는 부산광역시가 남강댐 물을 식수로 끌어오겠다고 하자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물꼬 싸움이 살인으로 번지는 꼴입니다.

치수(治水)는 치국(治國) 요체입니다. 고대 중국의 요(堯)와 순(舜)임금은 관개로 농업생산성을 높여 태평성대를 이룬 성군으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테베레강을 중신으로 형성된 로마는 대규모 수도(水道) 건설로 시민 생활을 윤택하게 함으로써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인류 문화는 큰 강을 끼고 발상 발전해 왔습니다. 강을 흐르는 물이 인간의 젖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강과 물이 오늘날에는 곳곳에서 유혈분쟁으로 피가 흐르는 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강한 나라는 수리(水利)를 만끽하는 반면 약한 나라는 목이 탑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세계 곳곳의 강을 둘러싼 분쟁을 특집으로 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요르단 영토)과 골란고원(시리아 영토)을 점령했습니다.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한 것이 전쟁의 발단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산악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골란고원의 야무르크 강물을 주요 상수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이집트는 1950년대 나일강을 공유하고 있는 수단과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아스완댐을 건설했습니다. 현재도 나일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집트는 상류의 에티오피아가 강의 흐름을 바꿔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막고 있습니다. 강한 군사력과 외교력을 최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카자흐스탄의 발카시 호수로 흘러가는 이리강에 2005년 수력발전 댐을 건설했습니다. 하류의 카자흐스탄 도시들은 이리강의 유량이 크게 줄어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힘 앞에 카자흐스탄의 항의는 거의 무시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힌두스탄 평원을 가로지르는 갠지스강의 흐름을 바꿔 가뭄이 심한 자국 내 지역으로 흐르게 하려고 합니다. 강 하류의 방글라데시의 항의에는 마이동풍입니다. 터키도 1990년대 초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다 시리아ㆍ이라크와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터키는 지금도 댐 건설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일강, 니제르강, 잠베지강, 볼타강 등 아프리카 주요 강 유역은 오늘날 심각한 물 분쟁지역입니다. 부족한 수자원을 두고 개인과 부족 간에 분쟁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소말리아 남부, 에티오피아 남부, 케냐 북부의 황무지에서는 목초지와 물을 둘러 싼 전투로 매년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기우제를 지낼 정도로 우리나라는 가뭄이 극심합니다. 국민에게는 지금 당리ㆍ당략을 위한 궤변이나 아우성보다 봄비 한 줄기, 맑은 물 한 모금이 더 소중한 때입니다. 물은 값싸고 흔해 빠진 물이 아닙니다.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될 자원이자 무기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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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귀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목마른 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펑펑 물이 쏟아지니까 인식을 못하는 것입니다.

가뭄이 시작되면 국회부터 물을 막아야좀 더 빨리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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