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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그룹

2009.05.07

내 아이디어를 훔치다니


ㄱ씨는 창의력이 뛰어납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문제를 개선할 기발한 생각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인을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습니다. 그런 ㄱ씨가 흥분했습니다. "언젠가 저 녀석이랑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내 아이디어를 얘기해 준 적이 있는데 글쎄 내 아이디어를 훔쳐 특허를 얻었지 뭔가. 이래도 되는 거야?" 정말 흥분해야 할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아이디어와 특허법 상의 발명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타서 가야할 층을 잘못 눌렀다면 이를 취소할 기능이 있다면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와같이 취소기능이 있는 엘리베이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요?

특허법 제2조에서는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조금 보태겠습니다.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란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새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기술적’이란 것은 설명 내용을 따라 만들어 본다면(이 분야에서는 실시한다고 합니다) 일정한 확률로 실현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사상(아이디어)이면 되므로 발명이 되기 위해서는 실물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적이지 않은 즉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나 개념은 아직 발명이 완성되지 않은 것이어서 특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위 취소 기능이 있는 엘리베이터의 경우에 적용해 보면 엘리베이터에 취소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발상은 하나의 개념입니다. 이는 아직 기술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아 완성된 발명이라 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취소 기능을 구현할 것인가를 해결했을 때 비로소 발명은 완성됩니다. 즉 3층 단추를 한 번 더 누르면 중앙통제반에서 신호를 받아 3층에는 서지 않도록 운행하는 방법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인 것입니다. 취소 기능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각 구체적인 수단들은 각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을 구체화시킨 사람이 발명자가 됩니다. 자기가 처음 생각했다고 해서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디어를 수집하여 그것을 구체화시킨 사람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게 특허권입니다. 술자리에서 친구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개발할 영감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특허를 받을 권리는 그 기술을 완성시킨 사람이 갖습니다.

위 사례에서는 ㄱ씨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인지 아니면 개발 방향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뿐 자기의 노력으로 개발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남의 발명을 도용한 것이라면 권리를 되찾을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요.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그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맨 먼저 특허를 신청한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집니다. 꿰어지지 않은 구슬은 보석이 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구슬을 꿰어 보석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포장마차에서 자기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랑해도 좋을 것인지 잠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삭막하다고요? 자기의 참신한 생각을 자기만의 권리로 만들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대한기술사회 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특허권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다양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글에서 보듯이

생각에 그친 것은 그냥 생각일 뿐이다.

실행을 통해야만 발명도해택도 발생하는 것이다.

실행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권리는 주장하는 것.

옳지 않은 것 같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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