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의 ‘CEO를 위한 생태학 산책’(25) | 멸종을 이겨낸 비결]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버틸 탄탄한 기본기
2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멸종 위기를 이겨낸 녀석이 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출현한 시간을 보통 20만년 전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무려 1000배 수준이나 더 오래 살아온, 무서운 생명력의 소유자다. 누굴까?
악어다.
2억년 전이라면 수많은 공룡이 이 지구상을 장악해 가던 때인데, 그들과 함께 이 지구를 활보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강력했던 공룡마저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생겨난 대멸종을 견뎌내지 못하고 사라졌는데,
악어는 예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녀석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녀석들의 장점은 많다. 세상에서 가장 큰 턱과 의사들이 수술할 때는 쓰는 메스로도 잘 잘라지지 않는 강력한 피부 외에도, 험난한 시대를 이겨낸 3가지 역량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녀석들은 무던한 인내력의 소유자다. 녀석들은 사냥감을 기다릴 때 눈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30분 이상 마치 바위처럼 잠복하고, 다가갈 때는 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둔한 것도 아니다. 기회다 싶으면 초속 10m가 넘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사냥감을 낚아챈다. 인내와 민첩성을 동시에 겸비한 것이다. 기다려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잘 안다. 이 뿐인가. 먹이를 잡을 수 없는 어려운 시절이 되면 1년 정도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아예 굴을 파고 들어가 동면과 비슷한 하면(夏眠)을 한다. 이때는 신진대사를 최대한 낮춰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두 번째 역량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할 때 멸종 가능성이 큰 생명체들은 대체로 식성과 서식지 선정이 까다롭다. 쉽게 말해 특정한 것만 먹고, 특정한 지역에서만 산다. 기업으로 치면 상품 생산능력이 한정돼 있고, 특정 영역에만 포지셔닝해 있는 것과 같다. 반면 악어는 무엇이든 잘 먹고, 열대지역이라면 거의 어디든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역량은 회복력이다. 녀석들이 사는 열대의 탁한 물은 세균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상처가 나면 치명적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건재하다. 특별한 항생물질을 만들어 최강의 면역계를 갖춘 덕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23종의 세균을 퇴치할 수 있을 정도다. 당연히 회복도 빠르다.
수명 최대 140년 기록
36억년 생명의 역사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생성과 멸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긴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중의 하나는, 번성이 흔하고 멸종이 드문 게 아니라, 멸종이 흔하고 번성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300억종의 생명체가 출현했지만 그중 99.9%가 멸종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환경의 변화였다. 변화는 점진적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상은 불확실한 상황이 대부분이었고 안정적인 상황은 일부였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정상적이었고, 안정적인 상황은 예외였다. 그래서 독일의 자연과학자 만프레트 바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에서는) 멸종이 원칙이고 생존은 예외다.”
환경이 갑작스레 변할 때 멸종 가능성은 대체로 덩치가 큰 생물에게로 향한다. 에너지 섭취가 어렵고 덩치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1순위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야말로 ‘현재’에 최적화된 곳인 까닭이다. 최적화는 바뀐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융통성을 떨어뜨린다. 최적화 자체가 새로운 생존의 규칙을 익히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멸종 가능성이 큰 생명체들이 대체로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대기업이 그렇다.
생존의 규칙
변화가 빠를 때 생존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서 좌우된다.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
# 악어의 기본기는 인내, 민첩성, 적응력, 회복력 이다.
# 인간의 기본기는? 생각하기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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