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들 중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중학교 때부터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닌 젊은 친구가 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프랑스 부르고뉴의 디종 지방에 사는 이탈리아계 여성과 사귀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족을 매우 중시해서, 연애할 때도 마치 가족의 일원처럼 대접받으면서 여자 친구의 집에 자주 놀러갔던 모양이다. 마침 여자친구의 가족은 부르고뉴에 작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다른 지방의 와인은 거들떠보지도, 입에 대지도 않았다고 한다. 여자친구 덕분에 약 3년 동안 부르고뉴 와인만 마셔온 그 젊은이는, 나중에 다른 지방의 와인을 마시면 쉽게 맛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맛이 다르다고 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기와 여운, 밸런스, 색의 차이까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템플레이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54쪽)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비슷해서 잘 구별이 안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도 그렇지요. 백인이건 흑인이건 외국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템플레이트(template)... '형판(形板), 견본, 본보기'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템플릿'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우리에게는 여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자주 보면서 갖게 된 템플레이트, 즉 '전형적인 형태'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을 만나도 원래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템플레이트가 있기 때문에, 그 템플레이트와의 차이점만 파악해 어렵지 않게 그 사람을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보지 못한 흑인을 만날 경우 그런 템플레이트가 없기 때문에 구별히 힘듭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디종 지방에 머물면서 3년 정도 부르고뉴 와인만 마셔온 한 젊은이는 그 때 만들어진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템플레이트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와인을 배우겠다며 이 산지의 와인, 저 산지의 와인을 조금씩 마셔보는 방법으로 어지간해서는 와인 맛 구별 능력을 키우기가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와인 공부를 하려면 우선 한 가지 와인을 꾸준히 마셔서 '와인의 템플레이트'를 형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어디 와인만 그렇겠습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하나를 꾸준히 파서 우선 '형판'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하나를 깨우치면 열을 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뜻을 템플레이트와 연결해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면서
천재를 뜻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모든 아이들은 하나를 잘 깨우치면 열을 알 수 있을 것이란 거죠
스피드한 시대에 하나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두번째, 세번째로 넘어가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열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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