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죽고 이웃도 사라지고...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포구에선 동네 어민과 목수들이 며칠전 충돌사고로 크게 파손된 어선을 수리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목재를 치수에 맞춰 베어내 부서진 곳을 메우고 불꽃으로 배 표면을 검게 그을리는 등 각자 맡은 작업에 열중했다. 벌써 3일째 작업중이라고 했고 수리비용은 1400여만원이나 들어갔다고 했다.

당시 사고때는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10일 새벽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에선 개불잡이 배가 뒤집혀 2명의 선원 중 김남술(54)씨가 실종됐다.

두 마을 어민들은 이 사고들은 단순한 조종 실수 때문이 아니라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따라 급격히 바다가 변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선연리 어민 김평운(43)씨는 “새만금 방조제 4공구가 막히면서 물살이 예전보다 2배 이상 세졌고 갈수록 갯등이 높아지고 갯고랑은 깊어져 사고 위험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계화리 어민 고은식(42)씨도 “예전엔 배를 갯등에 세워놓을 수 있었는데 이젠 갯등과 갯골의 고도차가 너무 커져 배를 제대로 세울 수 없고 배가 한번 쓰러지면 일으켜세울 수도 없다”면서 “최근 한달 사이 일어난 배 전복사고만 3건”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전북 지역은 자연 생태계 훼손 우려는 물론, 배증한 사고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의견이 서로 다른 주민들이 다투다 원수지간이 되는 것도 가슴 아픈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젊은이들이 계속 떠나 마을은 활력을 잃고 있다. 계화리 어민 김종덕(38)씨는 “방폐장 유치 찬성측 이웃주민들과 치고받고 싸움을 벌이다 원수처럼 됐다”고 털어놓았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인해 바다가 죽어가면서 조업범위가 축소되는 바람에 마을간 영역다툼도 잦아졌다. 해수유통이 되는 2공구와 가까워 아직 갯벌이 살아있는 계화리 인근으로 다른 지역 어민들이 몰려들자 계화리 주민들은 외지인의 갯벌 출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갯벌에 말뚝을 박았다. 이에 주로 배를 타고 조개를 잡는 선연리 어민들이 이 말뚝을 뽑아내자 두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집집마다 노란 반핵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계화면 의복리 돈지마을의 박기준(51)씨는 “예전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한달에 10일만 갯벌에 나가 잠깐씩 일해도 100만∼200만원씩 벌 수 있어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는데 최근 몇년새 갯벌이 무서운 속도로 죽어버렸다”면서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절반만 정성을 기울였어도 새만금 공사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우리가 바보였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 다 옳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선연리 어민 이일동(51)씨는 “풍요로운 갯벌을 후손에까지 물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이 겁나게 아프네요”라며 씁쓸해했다.

군산·부안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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