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14


불볕더위에 옷이 흠뻑 젖도록 땀 흘려 일을 해보지 않고선 등멱의 시원함을 말할
수 없다. 뙤약볕에 물기를 다 빼앗기고 푸석거리는 몸으로 돌아와 마당가 시원한
우물물을 뒤집어 쓸 때, 등줄기 따라 내려오는 으스스한 상쾌함은 고향마을에선
최선의 피서다.

웃옷을 훌렁 벗어 던진 채 엎드린 할머니는 시원한 물세례에 더위와 시름이 함께
사라진다. 할아버지의 깊은 주름 속엔 평생 고생시킨 아낙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
러움이 내비친다. 그래서 등멱은 ‘원초적 본능’인 사랑의 퍼포먼스인가보다.


(전북 임실, 1974)

길가에서 야채,양말,과일 등을 파시는 할머니들

이상하게 요즘엔 할머니들이 더욱 안쓰럽게 보인다.

예전에도 보아온 할머니인데...

늦은 시간 조그만 케리어에 짐을 싫고 걸어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짠하게 아려온다.

그 모진 세월을 보내온 할머니들에게 아직도 휴식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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