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paran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타타  (0) 2009.05.10
자연은 교육이자 삶  (0) 2009.05.10
봄의 목소리 - 헤르만 헤세  (0) 2009.05.10
행복  (0) 2009.05.10
가련한 것들  (0) 2009.05.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