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재미가 없어. 중반 이후에 가야 재미 느껴져. 기승전결 형식. ^^

야외 수영장 리도를 지키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협력의 힘.

감동스런 장면 2개 픽!

 

 

(리도 철거에 대한 시의회 회의에서)

“그 돈이 지역 학교를 비롯한 여타 공공사업에 쓰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원은 건너편에서 각자의 무릎을 내려다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리도 이용자들을 향해 말한다. 로즈메리는 그들의 싸움이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는 듯 평가당하는 기분이다.

“자, 이제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입니다. 수영장 폐쇄에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누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폐쇄 가능성 말입니다. 지정된 연사가 있습니까?"

로즈메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케이트의 어깨에 손을짚어 몸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받는다. 코트를 꼭 여미고 목에 맨 스카프를 가다듬는다.

"발언 시간 3분 드리겠습니다. 들어보죠.” 의원이 말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로즈메리는 친구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기대감에 찬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다들 그녀를 신뢰하고있다.

로즈메리는 케이트와 수영하던 아침을 떠올린다. 자꾸 나선형으로 발차기하는 케이트의 자세를 고쳐주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게 생각난다. 조지와 물속 바닥에서 물구나무를 서던기억도 떠올린다. 창백한 그의 발바닥이 하늘을 가리켰다. 또 매일같이 보는 그 사람들을 떠올린다. 저마다의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해줄곳을 찾던 그들은 몇 바퀴씩 수영을 하면서 긴장감을 털어냈다. 로즈메리는 목을 가다듬고, 이제 시작한다.

“오래된 도서관이 문을 닫았던 그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곳은 배움의 장소였고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곳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그러므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그곳이 우리를 위해 있어줄 거라 믿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잠시 혼자이고 싶을 때 향할 수 있는 곳입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순간이 필요하상관없이 말이죠.”

로즈메리는 뒤돌아서 그녀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다.

"리도에는 너무나 많은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곳은 그들의 여름이며 자유입니다. 부모들에게 그곳은 아이가 처음으로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제 아이가 날아오를 수 있게 보내주어야 하는 순간들이 담긴 추억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곳은 제 삶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추운 달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원이 끼어든다. “네, 리도는 날씨가 좋을 때면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나쁘면 훨씬 많은 돈을 낭비하게 해요.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길 원치 않아요. 그건, 생각해보세요, 시간 낭비라고요. 부인과 같은 나이의 여성이라면 그렇게 차가운 물에서 수영한다는 게 건강상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틀림없이 이해하시지 않습니까?"

의원이 말하는 동안 로즈메리는 코트 단추를 천천히 풀기 시작한다. 단추를 풀고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빼자 검은빛이 번쩍인다. 로즈메리가 코트를 벗어 던지자 친구들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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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와 로즈메리의 젊은시절 리도에서의 비밀스런 연예 활동(밤에 몰래 수영장에서 수영하기)을 나이들어 재현하는 중]

조지의 머리가 휑해진 건 오래전의 일이었다. 20대 후반부터 빠지기 시작했고 그걸로 자기를 비웃는 데 아주 능숙했다. 로즈메리는그 일이 실제로는 조지를 괴롭히고 있으며 그녀에게 매력적으로 비치지 못할까봐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가 슈퍼마켓에서 <맨즈헬스>를 넘겨보고 있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하지만 로즈메리는조지의 머리에 머리카락 한올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머리가 벗겨진 대로 품위가 있었고 그게 그녀에겐 중요했다. 게다가 그녀 자신의 머리카락도 얇아지기 시작한 터였고 지난 몇 년간 살이 붙었다는 것도 잘 알았다. 한때 날씬했던 몸도 살이 쪘다. 처음에는 끔찍이신경 썼지만, 거의 스스로도 몰랐던 사이에 이제는 약간만 신경 쓰는정도가 되었다.

“50년이라니." 조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 사람은 컴컴한 리도를 바라보며 잠시 조용히 있었다.

“당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길 바라." 조지는 자신의 맨발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는 여행을 다닌 적도 없지, 평생그저 한곳에서만 머물렀어. 그리고 정말 부자인 적도 없었고 그저 우리는 둘뿐이었지…."

로즈메리는 그런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말끔하게 옷을 잘 입는 사람도 아니었고, 솔직히 꽤뚱뚱하고. 게다가 이 주름 좀 봐. 정치보다는 양배추에 대해 아는 게 더 많을 거야.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당신에게 충분했기를 바란다는 거야. 내가 당신에게 충분한 존재였길 바라."

조지는 발에서 눈을 떼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마치 다시 10대 소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가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이는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그 안에 숨은 긴장된 소년의 모습이 로즈메리의 눈에 곧장 들어왔다. 로즈메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 참 바보 같은 남자야." 로즈메리는 그에게 다가가 힘껏 키스했다. 둘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맨팔로 서로를 감싸 안았다. 서로에게 손을 뻗느라 수건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둘은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었다. 서로를 안은 채, 서로의 가슴에서 심장 소리를 느끼면서."언제나 충분했어." 로즈메리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또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것도 알았다. 서로를 꼭 끌어안는 방식이 두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 바를 말해주고 있었다.

잠시 후, 둘은 조금 떨어져서는 수건을 고쳐 들고 서로의 벗은 몸을 보며 웃었다.

"어쨌든 말이야.” 로즈메리가 말했다. “우리 둘 다 살도 찌고 주름도 많아."

둘 다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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