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셰일 혁명의 영향은 2017년 이후부터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셰일 오일의 급증이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세계가 목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 정책에 더 과감해졌고, 동맹국에게는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2017년 말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했습니다. 2018년 이후에는 이란과 기존 핵 합의를 파기하고 더욱 엄격한 핵 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셰일 오일로 강해진 경제 체력을 바탕으로, 출혈을 감수하며 중국과 무역 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284쪽)

 

최지웅의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중에서(부키) 

 

요즘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6월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2~13달러선에 걸쳐있군요. 얼마전 우리는 선물관련 상품에서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잠시 목격하기도 했지요.

 

전통적으로 석유는 국제정치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배후의 변수였습니다. 그 석유가 셰일 혁명으로 또 다른 차원의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석유전문가인 저자는 책에서 '수압 파쇄법'을 성공시켰던 텍사스의 중소 석유기업 회장 조지 미첼을 소개하며 셰일 혁명이 국제정치경제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석유(石油)라는 단어 자체에 '돌'(石)이 들어가 있지요. 석유를 생성하는 암석을 근원암(source rock)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원유와 셰일 오일은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 다릅니다. 전통적 원유는 만들어진 후 근원암을 떠나 암석을 타고 흐르다가 트랩 구조를 만나 멈추고, 돔처럼 생긴 배사 구조에 집적됩니다. 여기를 시추해 원유를 얻는 것이지요.

반면에 셰일 오일은 원유가 근원암에서 만들어진 후 그대로 근원암 입자 사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석유를 사용하려면 우선 암석에서 분리해내야 하는데, 이 기술이 없어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조지 미첼이 1998년에 드디어 물과 혼합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셰일 암석에 균열을 내 원유를 뽑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수압 파쇄법'입니다.

 

이 기술에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의 초저금리 상황, 2011년 유가 100달러 돌파가 결합되면서 셰일 산업에 투자가 늘어나고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는 미국이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하기까지 했지요.

 

이 셰일 혁명으로 인한 미국의 석유 자급 가능성은 세계의 정치 경제에서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중동의 석유에 의존할 필요성이 대폭 감소한 미국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외정책을 '과감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란 핵협정 파기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한 것 등이 그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 정책을 외치며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영향의 하나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중동과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유가를 둘러싼 각국의 갈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이 더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지요.

 

근원암에 머물러 있던 셰일 오일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국제정치경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비산유국이면서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인 우리로서는 국제질서 변화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석유'를 항상 주시하며 살아가야겠지요.

 

 

#세계에 깔린 미군은 석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철수한다는 쪽 무게도 무시 못하겠네요.

# 하지만 철수할 때 명분과 일어버릴 것 같은 권력 등을 고려한다면 철수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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