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포탈에서 검색해 보면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2.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라고 정의 내려 있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이 문장에 ‘자연’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문장의 ‘자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이다.
 
 ‘자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을까? 아마 사람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강을 어떤 사람은 바다를 어떤 사람은 산을 떠올릴 것이다. 나는 자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숲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산, 그 곳을 나는 그냥 ‘숲’이라 부른다. 
 
 자연에 대한 이미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살펴보게 한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주에서 인류까지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보게 한다. 우주의 역사 속에서는 지구의 역사가 매우 미비하다. 그 지구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 인류의 역사는 아주 짧다. 그럼 인류가 자연과 접촉한 세월을 얼마나 될까? 인류가 진화한 역사는 약700만년, 그리고 자연을 떠나 도시로 온 시점을 1760년대 산업혁명 기준으로 한다면 약250년으로 아주 짧다. 이를 인간의 일생에 빗대어 알기 쉽게 표현해보면 70년을 숲에서 지낸 사람이 갑자기 도시에 나온 것이다. 이 사람이 아무 탈 없이 도시에 잘 적응할지는 상식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자라 자연에 대한 감정과 이미지가 사라지고 도시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진다. 아직 몸과 마음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기억하고 그에 따르려고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라온 환경에 따라 아주 다른 이미지를 가지게 되기도 하고 이미지와 다른 삶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이미지로 다가 올까? 
 
 옛가수인 화이트의 ‘네모의 꿈’이란 노래를 아는가? 무척 즐거운 리듬의 노래지만 가사를 듣다 보면 즐겁지 만은 않다. 그냥 온 세상이 네모란 이야기 이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 네모난 병원에서 태어난다. 네모난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가 있다가 부모와 함께 네모난 천장의 아파트나 집에 들어간다. 네모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쳐 좀 커서는 네모난 교실, 운동장, 학원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온 생활이 자연이 아닌 우리가 만든 곳에서 대분의 시간을 보내고 놀고 있다. 놀이동산도 펜션도 이제는 캠핑마저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자연에는 네모가 없다. 자세히 보면 언제나 구불구불하고 유연하고 부드럽다. 인류는 편의를 위해 모든 것에 선을 그어 만들기를 시작했다. 네모, 직사각형, 마름모꼴 등 다양한 도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규격화 한다. 규격화된 인간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 갈 수 있을까? 난 고민한다.
인간이 만든 것에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만든 규칙에 맞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나쁜 건가?”
 “잘 적응하면 되는가 아닌가?” 하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은 자연을 관찰하며 모방해 왔다. 어느 순간 인류가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간이 아는 자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움을 가르쳐 준다. 아니 ‘가르쳐준다’ 보다 ‘보여준다’가 적절한 표현이겠다. 자연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 성장하며 배운다. 그 와중에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자연스러움을 발견하고 내면화 할 것이라 믿는다. 들판에서 바라본 나비와 꽃을 보고 그들의 관계를 이해할 것이다. 깊은 숲 속 나무와 버섯을 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할 것이고 비바람 부는 숲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것이며 눈이 내리는 산에서 고요한 자연의 신비를 느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아파트와 학교 등에서는 배울 수는 있어도 느낄 수는 없다.
 
 난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늘도 숲으로 간다.
 “자연스럽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배우기 보다 직접 느끼게 하고 싶고, 그것이 진정한 삶이고 배움이라 믿기 때문이다.




콩나물신문 칼럼 > 숲에서 아이와 놀자


부천방과후숲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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