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기상. 간단하게 삶은 계란 두 알로 아침을 먹은 뒤 내리 3시간 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명절도 없다. 스물세 살부터 계속해온 50년째의 글쓰기 습관이다. 내가 100권 넘게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다음에는 정원에 물을 주고 꽃과 나무를 가꾼다. 인간의 뇌는 두 시간 넘게 같은 일을 하면 지루해한다. 비가 오면 물 안 줘도 되니까 낮잠 자고, 겨울에는 눈을 치운다. 밤 10시에 잔다."
 
어수웅의 '文學은 1대1로 대결하는 예술… 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 중에서(조선일보,2017.8.18)
 
일요일 늦은 저녁에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KBS의 '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항상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어제는 '길 위의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울산 화물자동차 휴게소의 72시간을 보여주더군요.
 
한 화물차 기사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화물차가 갑자기 고물이 되는 건 아니다. 작은 것이 하나 둘 고장나고 그게 쌓이면 고물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시간이 날 때마다 화물차를 이곳 저곳 살펴보며 고치고 있다..."
 
어디 화물차만 그렇겠습니까. 우리의 일도, 우리의 삶도 그렇지요. 작은 헛점, 사소한 게으름 하나 두 개를 가볍게 여기며 방치하다 보면, 그게 쌓여 일도 인생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 화물차 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며칠전 신문에서 읽었던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1967년 당시 역대 최연소인 스물넷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입니다. 수상 이듬해에 홀로 자신과 대적하겠다며 고향 산골에 파묻혀 50년째 생활하고 있지요. 그가 지금까지 쓴 책은 소설과 산문집을 합쳐 100여 권에 달합니다.
 
이제 74세가 된 마루야마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하루 일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군요.
"새벽 4시 기상. 간단하게 삶은 계란 두 알로 아침을 먹은 뒤 내리 3시간 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명절도 없다. 스물세 살부터 계속해온 50년째의 글쓰기 습관이다. 내가 100권 넘게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다음에는 정원에 물을 주고 꽃과 나무를 가꾼다. 인간의 뇌는 두 시간 넘게 같은 일을 하면 지루해한다. 비가 오면 물 안 줘도 되니까 낮잠 자고, 겨울에는 눈을 치운다. 밤 10시에 잔다."
 
"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는지 아나. 향상과 발전을 위해서다. 사격선수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섯 발이든, 열 발이든, 매일같이 훈련한다. 단순히 실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일주일 정도까지는 쉬어도 괜찮을 거다. 하지만 향상을 꿈꾼다면 매일 써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매일 자신의 화물차를 이곳 저곳 살펴보며 고장 난 곳을 수리하는 화물차 기사.
74세의 나이에도 50년째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씩 글을 쓰는 일본의 유명 작가.
 
나는 지금 "이 정도는 괜찮을거야..."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일이나 삶에서 '작은 게으름'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치열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마루야마 겐지 처럼 빡시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하나 하나 미루다가 갑자기 폐차되는 상황도 싫다.

요즘 더위와 방학으로 느슨한데 따끔한 송곳으로 찔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에게 일관성을 강조하면 내가 그렇게 못하고 있다.

다시 시작이다.

곧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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