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10 (화) 22:57 한겨레


“하천공사,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겨레] 인터뷰/조사발표한 채병수 박사


“자연이 회복되는 수해복구공사가 되도록 하천생태전문가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국립환경연구원 생태조사단 채병수 박사는 별다른 오염원도 없는 민주지산 최상류 계류가 물고기가 거의 없는 ‘사막’으로 바뀐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긴 근본이유가 수해복구공사가 하상을 완전히 뒤집어 평탄하게 하는 방식이어서 어류의 서식지를 완전히 파괴한 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천의 모든 구간에 걸쳐 복구공사를 해 어류가 피난해 살아남을 곳을 전혀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몇 주일씩 흙탕물이 흘러내리면 돌에 붙어 사는 조류가 햇빛을 받지 못해 사라지고 이를 먹는 수서곤충과 물고기가 잇따라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천의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것이다.

단조롭게 복구한 하천은 수질오염에도 취약하다. 산위에서 흘러내려온 유기물질을 거르던 물가식물이 사라지고, 유기물을 분해하던 돌위의 미끌미끌한 부착조류가 사라지면 하천의 자정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돌망태를 이용한 공법도 하천에서 돌을 거둬 공사를 하는 한 하천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찬가지로 하천개수공사가 벌어진 충북 영동군 용화면 월전리에서 어종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공사구간 상하류의 생태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부분적으로만 공사가 시행돼 물고기가 피난했다가 공사 뒤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생태계를 배려한 하천공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구잡이 하천개수공사는 민주지산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도시마다 돈을 들여 자연형 하천을 만드는 운동이 활발하지만, 자연이 풍부하던 지방의 하천들은 수해방지나 복구를 이유로 바닥을 평탄하게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는 공사가 마구잡이로 벌어지고 있다. 민통선 안에 있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일대 김화 남대천은 하천 바닥에서 들어낸 호박돌로 돌망태를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아 하천과 주변 생태계를 철저히 단절시켜 놓았다. 소양호로 흐르는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의 인북천도 도로를 만들듯 강 바닥을 고르게 만들고 돌을 들어내 삭막한 모습이 됐다. 과거 육지와 연결됐던 증거인 쉬리와 꺽저기가 살던 경남 거제시 동부면 산양리를 흐르는 산양천도 자연형에서 ‘도시형’으로 바뀌었다.


“여울과 소가 반복되고, 물돌이의 바깥쪽은 깎이고 안쪽은 쌓여서 생기는 하천의 다양한 형태가 생물다양성과 자정능력을 보장해 줍니다. 그런데 지금의 하천개수공사는 정반대로 가고 있지요.” 그는 하천개수공사를 할 때 △부분적, 단계적, 지역적으로 시차를 두고 해 수중생물이 피난할 기회를 주고 △하상은 되도록 원형을 유지하도록 하며 △제방은 가능하면 수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축조할 것을 제안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자연적인 것을 인공적인 것으로 바꾸려하는 것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콘크리트로 발라버린 하천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생명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하천''과 ''공사의 편익''이 서로 바꿔질 수 있는 가치인지를 되물어보게 합니다.

인간이 자연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면 지금까지 해왔듯 자연도 인간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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