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약간 난해하지만 근대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께 추천 합니다. ^^
조율사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p14
사람은 지면이 생긴 뒤로 일정한 기간 안에 친숙해지지 않으면 공연히 떨떠름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떨떠름한 생각은 까닭 없이 자꾸 깊어지게 마련이다.
p32
그런 세월이 무한정 흐른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은 어느덧 연주회에 대한 희망은 까마득히 사라지고,
오로지 악기의 소리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던 기억만을 갖게 되리라.
자신들은 연주회를 가지려는 악사임을 잊어버리고, 조율이 자신들의 본래 몫이었던 것 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조율에만 열중하고 조율에만 만족한다.
언제까지나 연주회를 갖지 못하고, 그 연주회의 꿈조차 잃어버린 영원한 조율사들
p131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소박한 기대라도 함부로 배반하지 않으려는 구체적 숨결과 행위의 연속...
그런 것이 진실이라는 거야.
너에 대한 그 사람들의 기대가 너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만들고,
그래서 그 사람들의 기대 앞에 네 자신의 진실이 질식당해 죽고 말 거라 말하고 싶어질 때라도,
너는 그 기대를 조금씩이라도 교정시켜줄 수 있는 성실하고 애정어린 설득을 시험해 보지 않는 한
네 놈에겐 아직 어떤 배반의 구실도 주어질 수 없는 거란 말이다.
p179
내가 단식에 대해 가장 끌리는 것이 그 두번의 고통입니다.
처음의 것을 나는 내 모든 생명의 질서가 파괴되는 아픔, 즉 임종의 고통이라 여깁니다.
그 고통 후에는 모든 육신의 기관이 정지한 것 처럼 조용히 가라앉아 버린다니까요.
그러니 단식이 다시 회복기로 접어들어 조금씩 음식물을 취할 때 오는 고통은 새로운 탄생의 진통이라 해야겠지요.
그 동안 옛 육신은 세포까지도 그 기능을 다 중지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나중 회복기의 진통을 옛 질서의 복원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질서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새로운 육신에 피어드는 정신 또한 그러니까 옛날의 그것이 아니어야겠지요...
죽어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 태어난다는 것, 얼마나 매력 있고 기분 좋은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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