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6.12.29)잘 견뎠다. 수없이 거친 풍랑이 몰아쳤지만 한국 경제는 견뎌냈다. 그리고 지혜롭게 헤쳐 나왔다. 무엇보다 일년 내내 환율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1008원(1월 2일)으로 시작된 원·달러 환율은 5월 8일 950원 선이 무너지고, 12월 7일에는 913원까지 추락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들은 일년 내내 ‘환율 공포’에 시달리며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환율뿐이 아니다. 내수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회복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몰려갔던 기업들도 고전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기업들을 옥죄어 왔던 각종 규제가 완화된 것도 아니다. 이처럼 2006년은 기업들에는 ‘시련의 해’로 기억될 듯싶다. 이러다보니 서민 경제도 움츠러들었다.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키워드로 본 한국경제' 중에서 (한경비즈니스, 2006.12.21)
2006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 한해를 정리해보고, '성과'와 '아쉬움'을 바탕으로 내년 계획을 세우는 시기입니다.
올 한해 한국경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한 잡지가 키워드로 한 해의 경제를 정리했더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2006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를 꼽아보면 '경기침체', '원화강세', '집값폭등', '한미FTA', '청년실업', '두바이'...
'경기침체'. 올해도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좋아질 징조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장기불황은 서민들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중소 자영업의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원화강세'.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008원으로 출발, 28일 929.8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수출과 관계가 있는 기업들에게는 올해의 급속한 환율 하락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환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한해였습니다.
'집값폭등'.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집값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폭등했습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9.2%나 올랐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평균이 30%라면 이는 그야말로 폭등입니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세금위주의 수요억제책에만 의존한데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전국 곳곳에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풀린 막대한 보상비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정부의 정책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올해의 집값폭등은 아픈 상처를 남겨주었습니다.
'한미 FTA'. 지금도 진행중인 뜨거운 이슈입니다. 지난 6월 워싱턴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5차례에 걸쳐 협상이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내년의 정치일정과 맞물려 소모적인 분열로 귀결될까 우려되는 이슈입니다.
'청년실업'. 20대 청년 실업률은 9월 현재 7.2%. 전체실업률(3.2%)의 두 배가 넘습니다. 20대 취업자 수도 월평균 407만2000여 명으로 1995년(502만2000여명)에 비해 95만 명이나 적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실업자'로 보내야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모습.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이 고용을 늘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두바이'. 황량했던 사막이 세계적인 금융허브,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로 재탄생한 이 곳이 경제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경제노트에서도 소개해드렸듯이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에 실내 스키장과 쇼핑몰을 만들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창조적인 발상'이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상상력과 개척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키워드입니다.
키워드로 간단히 정리해본 2006년의 한국경제는 예상대로 '우울한'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내친 김에 경제뿐 아니라 올 한 해 나의 삶도 키워드를 꼽아보며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성과'와 '아쉬움'이 명확히 정리되면서 내년 계획을 세우는데 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