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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그룹

2008.05.09

에너지 절약?


얼마 전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유가가 1배럴에 120달러로 치솟더니 올해 안에 200달러를 돌파한다는 충격적인 전망마저 나오는 형편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에너지 쇼크에 놀라 1977년에 만들었던 미래 지향적인 동력자원부마저 1993년에 없앴습니다. 2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권 담당자들의 국가 기획능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요즘 서민들의 사전에 ‘에너지 낭비’란 단어는 없습니다. 생활비를 쪼개고 또 쪼개서 팍팍한 삶을 하루하루 꾸려가는데 낭비가 있겠습니까. 기름 난로를 연탄 난로로 바꾸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낭비란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필자의 가정도 기름 값이 비싸지자 차를 팽개친 지 오래 입니다. 짐을 실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시내에서는 절대로 승용차를 끌지 않습니다. 2002년 필자가 경유차를 살 때에 경유 값은 1리터에 650원이었으나 지금은 1,600원 선이 됐죠. 그러니 아예 차를 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면 건강보험료까지 내려가겠지요.

이번에 정부의 에너지 대책이란 것을 워낙 건성으로 듣다 보니 머리에 남는 내용이라곤 실내 난방 상한 26도, 냉방 하한 20도를 유지하고 어기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정도입니다. 과태료는 없던 일로 되었죠. 새로울 것이 없고 실효성도 의문시 되는 이런 대책을 보면서 혹시 21세기의 관료들이 20세기적 자세로 에너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대책 발표에 반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럼 국민들이 절약하면 공무원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공직자들은 ‘머슴’이라는 데 자기들은 3.5리터 급 대형 관용차를, 운전사를 붙여 끌고 다니면서 무슨 얼어죽을 에너지 절약 대책이야”라고 하면서 일소에 부치는 시민도 있을 것입니다. .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07년 소형 및 보통차 연비 베스트 10’을 보니 1리터에 20킬로미터는 달려야 ‘베스트 텐’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도요타 자동차의 하이브리드인 프리우스는 무려 35.5킬로미터를 달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3.5리터 급은 8킬로미터쯤 가나요?

정부는 그 동안 석유류에서 해마다 수십조 원의 세금을 거둬가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자동차 기술혁신을 위해 무슨 지원을, 얼마나 해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죠. 일본이 90년대부터 하이브리드 카를 연구, 개발하여 지금 그 결실을 양산하고 있는데 그 동안 강성노조와 타협하면서 무엇을 하셨는지요.

정부도 뼈대가 작은 경차 외에도 연비가 탁월한 차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세금 우대를 해주어야 국민들이 골라 사고 자동차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고효율 차를 더욱 많이 만들어 첨단기술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되겠습니까.

정치는 실천과 솔선수범이 요체입니다. 하늘을 찌르던 권세도 물러나면 거들떠보지 않는 신세가 되는 것은 권좌에 있을 때와 권좌에서 내려왔을 때의 변함없는 가치관과 말, 행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하려면 획기적인 전략적 사고를 제시하든가 아니면 고위 관료들부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몸으로 때우는 솔선수범이라도 보이기 바랍니다.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예는 우리나라에나 희귀하지 미국 등 외국엔 얼마든지 있습니다.

초대형 차를 몰며 드넓은 초원에서 골프 채를 잡고 ‘나이스 샷’을 외치다가 선거철만 되면 그 손으로 순진한 서민들의 손을 잡으며 민생을 챙기겠다고 아양 떠는 나쁜 인상이 오버랩 됩니다. 그런 분위기이니 외화절약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골프장 세금 감면이고 에너지대책이 절약 뿐이겠지요. 돈 없는 사람들이 골프 칩니까, 에너지 낭비합니까. ‘세금 폭탄’ 해체 1순위가 골프입니까. 지금 대통령 지지율 20%대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정치권이 민생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훨씬 전에 민심이 그들을 더욱 떠나 있을 것입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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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보다 실천

형식 보다 마음

먼저 실천하고 마음으로 전한다면 누가 이해안할까?

컬럽보면 속 시~원한데현실을생각하면 답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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