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존

책. 퀴닝. 한승. 2024

bdgon 2025. 11. 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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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 말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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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 진도
서울 편의점 주유소
아산 돼지농장
춘천 비닐하우스
당진 자동차 부품공장


뱃일이 힘들지 그치만 무슨일이든 다 마찬가진 기라 막내야 바라 니가 평생 여기 있을 거 아이다 아니가 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다. 무슨 일이든 다 힘든 기라
니 당장은 이 일이 제일 힘든 거 같제
나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지. 근데 그게 안 그렇다. 니 앞으로 무슨 일 하건 그거 다 힘들기라.
내가 앞날이 창창한 아이에게 악담을 하는게 아니고 일이 란게 그런 기라
일은 어찌 됐든 힘든 길라 그러니까 뭐든지 있다 아이가,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니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해내는 기라.
78


욕하면서도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를 나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항구에서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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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서는 모든 사람의 삶이 하향 평준화된 사회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나는 밑바닥 있었다. 내가 신경 쓸 일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뿐이었다. 놀랍게도 항구에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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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사실 중 하나는 그렇게 정 많고 친절한 아저씨들이 정작 자기배 막내 고충 앞에서 냉담했다는 점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가장 나약한 부류에게 가장 힘든 일을 떠넘기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93


어획량이 저조한 이유는
바다의 오염을 들었다.
실제로 절반 이상이 쓰레기였다.
항구에서 바다의 쓰레기를 버리다 해경에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래서 모든 배에선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바다로 나와서 버렸다.
어획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은 왠지 기이하게 보였다.
98


처음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천천히 하는 거야. 뭐든지 긴장해서  서두르다가  사고가 난다고. 그러니까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면 무조건 기다려 먼저 막 해버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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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든 서두르면 일을 그려진다.
천천히 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


감정노동의 또 다른 불쾌한 특징은 사회가 감정 노동자들의 고통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데 있다.
평생을 손님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은 손님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좌절감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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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나는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건데.
문제는 어처구니 없게도 내게 모멸감을 준 사람이 아니라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이다.
나는 그녀의 친절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심사가 잔뜩 뒤틀려 있었고 손님의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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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은 모멸을 만든다
싫던 좋던 반복된 생활은 다른 생각과 달리 똑같이 반복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 세계는 단순했다. 나는 이름 없는 순교자 였고 손님은 합법적인 악마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란 존재는 순교자인 동시에 박해자이기도 했다. 나는 어떤 불가항력적인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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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충고가 상대방을 돕는 행동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로서 이런 견해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는 충고라는 사치를 만끽하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삶부터 돌아봐야 한다.
좋은 충고란 자신과 이웃에게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충고를 건네고 싶다면 상대방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생각하는지부터 알아볼 일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면 충고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데도 상대가 당신의 삶을 좋은 충고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두 사람은 충고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어느쪽에 해당하건 당신은 침묵해야 한다. 앞으로는 충고의 대가들이 제멋대로 남의 인생을 재단하기 전에 먼저 거울을 주고 주의 깊게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207


아저씨들의 공통점 하나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다들 일이 없을 때를 가장 괴로운 시기로 꼽았다.
그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목소리까지 사람의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가라앉았다.
누군가 일이 고되다며 불평이라도 하면 누구나 이렇게 대꾸했다.
"이런 일이 라도 있어서 다행인 줄 알아 세상에 일 없을 때가 제일 괴로워"
216


내가 보기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삐뚤어지게 만든다. 내가 경멸하는 사람은 황소 심줄 같은 끈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참고 참아서 끝내는 어디선가 한자리 꿰차는 사람들, 그러니 너희들도 인생의 절반을 무의미한 일을 하며 살라고 권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중도 포기하는 자들은 언제 어디서고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참을성 좋은 사람들은 체면이니, 부모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명분에 충성을 다하는데 세상 어둡게 만드는 건 여자 없이 이런 부류다.
235


나 역시 스스로 공평무사한 인간이라 믿으며 살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변해 있었다.
비루한 특권의식이라는 건 먹이를 노리는 악어와 같아서 평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거기에 있다. 물속 깊숙히 잠겨있는 것도 아니고 수면 바로 아래서 눈만 깜빡이면서.
274
누구나 권력을 느끼면 차별할 수 있다
생각도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성차별. 인종차별 무엇이든


난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누군가는 최악의 생활 환경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330
경험하지 않으면 사고 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없는 환경이면 경험했다 해도 똑같이 사고 할 수 없다.


나는 기계도 사람 대하듯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기계를 함부로 다루면 언젠가 기계도 똑같이 인간을 대한다.
377
신경쓰지 않으면 안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그렇다 신경쓰면 상황은 좋아질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430


젊은이가 인생이라는 바다에 배를 띄우면 이른바 선배라는 작자들이 나타나 언젠간 꼭 쓸 일이 있을 거라며 온갖 잡다한 충고를 잔뜩 배에 실으려 한다. 그들을 내버려뒀다가는 돛 한 가득 변화의 바람을 담아보기도 전에 그 귀중한  충고의 무게 때문에 배가 먼저 가라앉고 말 거다.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가 벌인 사업을 마치 선원이 난파 한 배를 버리듯 내팽개쳐야 하는 법이다."

55세 이상의 모든 성인 남자들에게 벌금을 물어야 마땅하다. 어째서 세상을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소

436
남자가 문제다.

다수의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의지의 결핍이 아니라 희망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440




 

 

 

 

 

퀴닝 | 한승태 노동에세이 1 | 한승태

한승태 작가의 데뷔작 ‘인간의 조건’이 《퀴닝》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11년이 지난 지금 새로 출간한 이 책은 제목을 작가가 의도한 ‘퀴닝’으로 고쳐 달았고 초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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